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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선, 가짜 선인

진보는 민주주의인가? 9

by 평범한 한국인들 2025. 6. 2.

 

 

혼란스러운 상황이 계속됐지만 세계의 지도자들은 승리에 취해있었다.

영국 학술원 회원이자 케임브리지대 국제관계사 명예교수인 조너선 해슬럼은 신간 '전쟁의 유령'(21세기북스)에서 국제공산주의운동에 의해 힘을 얻은 전 세계 공산주의 혁명 세력과 이들을 상대한 자유세계 집정자들의 공산주의에 대한 무조건적인 두려움과 혐오가 파시즘의 준동을 막지 못한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가령, 영국 정치인들은 히틀러와 그의 오른팔 괴링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반면, 소련 정치인들에 대해서는 무시로 일관했다. 그들은 소련과의 협상에 지위가 낮은 하급 관리들을 보내는가 하면, "우스꽝스럽고 치욕스러운 제안"을 하기 일쑤였다.

"이 모든 것의 이면에는 히틀러나 무솔리니와의 거래에서는 나타나지 않은, 볼셰비키주의 러시아에 대한 깊고 극복할 수 없는 혐오가 자리했다."

팩트체크 최악 언론인 연합 뉴스다운 짜깁기네요.

이 내용도 앞뒤가 안 맞죠. 처음에는 영국 정치인들이 승리에 도취돼 있었는데, 다음에는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와 두려움에 휩싸였고, 그 다음으로는 소련 정치인들을 무시했답니다. 승리에 취한 사람이 두려움에 휩싸이고, 두려움에 휩싸였는데, 그 두려움의 대상을 무시한다고? 들으면 들을수록 리영희 스타일 비논리인데?

실제로 여러분이 직접 책을 읽어 보세요. 뭘 읽었는지 모르겠는데, 후반도 아니고 책 초반에 나와요. 읽다 말아서 뒷 내용은 모른다는 변명도 안 통할 지경입니다.

초반에 러시아 혁명의 성공으로 소련이 생겨나자, "레닌은 가차없이 세계혁명을 추구했다" 고 전쟁의 유령은 묘사합니다. 전 세계에 공산당이 생겨나고, 모두 러시아로부터 막대한 재정 지원을 받았습니다.

"코민테른은 모든 나라에 수십 개의 연줄과 요원들을 보유하고 있다." 레닌 자신의 자랑입니다. 코멘테른이란 국제공산당으로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실행기구죠. 실제로 1930년에 전 세계에 61개의 당과 310만명을 가진 조직으로 급성장했습니다.

굉장히 멋지게 들리죠. 그런데 이런 당이 자국 노동자를 위해 일한다기보다 지난 번 추천한 페터 바이스의 저서처럼 소련 지시에 이의 제기하면 총살이란 식으로 되면, 각국이 자유로운 사회주의 국가가 되긴커녕 소련의 위성국, 소련 식민지로 추락하는 거죠.

https://moonji.com/book/10524/

 

저항의 미학1 | 문학과지성사

이 책은 출간 자체가 ‘사건’이다! 유럽 좌파 운동의 역사를 담은 기념비적인 소설 “지배 계급애 대한 ‘저항’은 연대를 통해 가능한데, 연대는 무엇보다도 타자에 대한 상상력을 토대로 한

moonji.com

 

동유럽이 소련 식민지던 시절 잘 살았습니까? 티벳이나 신장 위구르가 중국 식민지로서 잘 살고 있습니까? 70년 전 일 가지고 왜 따지냐고 민주당 의원들처럼 반민주적으로 나오면 티벳 임시정부에게 항의받습니다.

아니 식민지까지 갈 것도 없이 소련이고 중국이고 미국이 지원하기 전까지 엄청 못 살았습니다. 특히 소련이 코민테른에 자금 지원하던 시기에도 소련인민들은 기아로 500만명 정도 죽어나가 인육 먹는 판이었습니다.

The Russian famine of 1921–1922, 러시아어로는 Голод в Поволжье라고 하죠.

한국 진보들은 이 시기를 이렇게 묘사합니다.

https://www.pressian.com/pages/articles/2024091522440556905

 

소비에트연방, 세계의 별이었다.

소련, 소비에트연방의 줄임말. 지금은 사라진 말이다. 모두에게 잊힌 나라다. 지금 우리에게는 잊혀진 이름이지만 20세기 초중반의 선배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김단야, 여운형 ...

www.pressian.com

레닌은 혁명이 성공하자마자 세계 피억압민족들에 대한 연대를 표명했다. 혁명을 성공시킨 국가가 외치는 민족자결권은 식민지배에 신음하던 약소민족들에겐 복음과도 같았다. 중국의 쑨원은 "자유를 위한 투쟁에서 러시아 노동자, 농민이 유일한 동맹"이라며 환호했다. 베트남의 호찌민은 눈물을 흘렸다.

굉장히 감동적인데, 레닌 믿고 독립했다가 도로 합병당한 러시아 식민지 동유럽엔 민족 자결권이 왜 없는 겁니까? 발칸 반도는 식민지배에 신음하던 약소민족이 아니라 자신들이 독립 국가 주권 국가인 줄 착각하는 <어리석은 정신병자들>의 <창피한 인종>이라도 됩니까? 정작 러시아 식민지들이었던 라트비아나 에스토니아는 민족자결권 없고, 서방의 식민지인 나라들만 민족자결권이 있는 겁니까?

실제로 뒤로 가면 발췌내용에서 10월 혁명에 영감 받은 식민지의 봉기가 확산됐다는데, 전 세계 다 돌면서 러시아 식민지들만 전부 빼놓습니다. 직접 기사 읽어 보세요. 이집트, 조선, 이란, 이라크, 몽골, 인도, 줄줄이 나오는데 전부 비 러시아 식민지죠. 러시아 식민지던 동유럽 인권은 패싱 정도가 아니라 개무시를 당합니다. 이거야말로 진보가 늘 주장하는 무조건적 두려움과 혐오 사례죠.

"우리는 사회주의의 이해, 세계 사회주의의 이해가 민족의 이해, 국가의 이해보다 고귀하다고 주장한다."

이 빨간 글씨는 기사에 본래 있는 겁니다. 이 부분은 우리 중 정통 사회주의자들이 제일 격분하는 부분입니다. 레닌이야말로 사회주의의 이해가 자기와 다르면 스탈린 이상으로 잔혹하게 숙청했으니까요. 레닌이 더 오래 살았다면 스탈린보다 더 많이 죽였을 겁니다. 레닌이 숙청을 안 했다는 건 그의 손에 죽어간 그 무수한 사회주의자들에 대한 고인 능욕이자 인권 유린이라고 우리 중 사회주의자들이 눈물을 흘립니다.

레닌에 반기를 들었던 그 유명한 크론슈타트 해군들.

이들은 공산주의자였습니다. 그들의 요구 사항을 직접 읽어 보세요. 출처는 위키피디아입니다.

1. 노동자와 농민의 자유로운 선거권을 보장하라.

2.노동자와 농민, 언론, 사회혁명당 좌파와 아나키스트들에게 표현의 자유 보장하라.

3.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노동자와 농민들이 자유롭게 조합을 형성할 자유를 보장하라.

4. 농민 단체와 노동조합과에 관련되어 수감된 모든 사회주의자, 농민, 노동자, 인민들을 석방하라. 5. 감옥과 강제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을 조사할 새로운 위원회를 선출할 것을 요구한다.

6. 군대의 정치 부서를 폐지하라.

7. 도시와 시골 사이의 이동을 막는 파견대를 폐지하라.

중국도 소련 따라 도시와 시골 사이의 이동 정도가 아니라 도시민과 농민 사이의 계층 이동 자체를 막고 있죠.

8. 위험하거나 건강에 해로운 일에 종사하는 이들을 제외한 모든 노동자들의 배급을 평등화 하라.

9. 우리는 노동자가 통제할 수 있는 기관을 요구한다.

대략 훑어보기만 해도 공산주의자들 맞고 이들은 소련 정부와 타협하러 노력했는데도 싹 다 몰살시킨 게 레닌이고 트로츠키고 소련이죠.

특히 사회주의가 민족과 국가보다 중요하다면, 왜 동유럽 인민공화국들은 쥐 잡듯 멸망시켰습니까?

"10월 혁명이 없었다면, 유럽으로부터 식민지였던 곳의 민중들이 맞서서 일어났을까? 1919년 제국의 주인에 맞선 식민지의 봉기가 확산되었을까? 사드 자글룰 파샤(이집트 혁명가-필자 주)가 이끈 이집트봉기에서 조선의 3.1운동, 중국의 5.4운동까지, 그리고 다음해 영국의 지배에 맞선 이라크의 반란, 그 다음 3년후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사회주의 국가를 창출한 1921년 몽골 혁명은 가능했을까? 소비에트 연방으로부터의 계급적 요구가 없었다면 1919년 인도국민회의는 결코 농민의 요구를 채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신생 국가로서 소련은 자신들도 생존에 허덕일 때 왜 제3세계 지원에 열정적으로 매달렸던 것일까? 레닌이 서구 마르크스주의의 한계를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제 3세계 지원이 아니라 그 나라 공산당을 지원한 겁니다. <전쟁의 유령>에도 영국 노동조합의 파업을 지원해서 노동당 정부가 들어서게 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가 정부효율성 부서에서 다양성 다문화 정책의 세금 낭비 국부유출 잡아낼 때, 제 3세계 지원한다면서 그 나라 빈민이 아니라 그 나라 성소수자만 지원하는 차별책을 이미 비판했었죠. 성소수자 지원 말라는 게 아니라, 하나만 지원하고 다른 하나는 지원 안 하는 Divide and Rule, 분열 시켜 통치하는 진보의 PC주의, 복지라면서 차별하는 정책의 원조가 여기 있군요.

"1927년 네루를 더 놀라게 했던 것은 자신이 상상한 것보다 러시아에 빈곤이 더 적었을 뿐 아니라 그 지도부가 노동자·농민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러시아에 빈곤이 네루 생각보다 적었던 건, 레닌이 사회주의보다 민족과 국가를 택하고, 사회주의를 배신했기 때문입니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06072842111

 

[양동휴 교수의 경제사 산책] 혁명 이후의 소련경제

[양동휴 교수의 경제사 산책] 혁명 이후의 소련경제 , 경제

www.hankyung.com

그러자 레닌은 민간경제활동을 다소 허용하는 신경제정책(NEP)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경제적으로는 민간교역을 합법화하고 국유기업을 임대했다.

농업에서 민간경영의 비중이 높아졌다.

이후 경제는 신속히 회복되어 1926년 산업생산과 농민생산이 전쟁 전 수준에 이르렀다.

ㅡ이렇게 사회주의 배신하고 자본주의 좀 하니까 경제가 회복 된 거죠. 그리고 그게 한국 진보 언론이 찬양하는 별, 네루가 1927년 방문했다는 소련입니다.

이런 발전과 세계에 대한 지원을 배경으로 많은 식민지 지식인들이 소련 모델을 지향했다. 대표적인 인물이 마오쩌둥과 호찌민이었다.

"촘스키는 자신의 책 <촘스키 은밀한 그러나 잔혹한>(노암 촘스키 지음, 권기대 옮긴, 베가북스 펴냄)에서 이렇게 단언한다. "소련제국은 자기네 식민국가들보다 오히려 더 가난했던 인류 역사상 최초의 제국이다."

제국조차 가난할 정도면 이념이 잘못된 거 아닌가? 제국 인민도 단결 못 시켜서 내전 때만 천만명이 죽이고 외국 인민도 죽이면, 이념이 잘못된 거 아닌가? 제국과 식민지 모두 가난해, 모두 인민들 굶어죽고 맞아죽으면, 이념이 잘못된 거 아닌가?

이게 왜 찬양받아야 할지 의문일 정도로 레닌이 전 세계에 불안을 가중하는데 수백만 달러를 쏟아부었을 때, 훗날의 미 대통령 후버가 이끄는 미국 구호단이 1921년에 소련을 지원하러 갈 정도였죠. 자국 인민도 아사시키는 나라가 식민국가들에게까지 그들의 독립과 주권을 빼앗고 자신들처럼 가난한 삶을 강요하는 이념이 옳은가? 그 모든 나라 국민들의 자유의지와 인권을 존중하는 진보 사상가는 대체 어디있는가? 인민의 목소리를 듣는 진보 사상가는 어디 있는가? 다 숙청해서 안 들리나?

하지만 한국군 양민 학살은 욕하면서, 문화대혁명이고 대약진이고 조선족 인민군 양민학살이고 공산주의 희생자들을 낳은 사태들은 비판은커녕 옹호하는 진보답게 뭐가 문젠지 모릅니다. 배

소련이 얼마나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는지를 20세기 최고의 역사가로 불리는 에릭 홉스봄은 자신의 책 <극단의 시대 20세기 역사>(에릭 홉스봄 지음, 까치 펴냄)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혁명 운동들을 배반했다고 소련을 비판한 중국 공산주의 정부가 제3세계 해방운동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의 면에서 소련에 필적할 만한 기록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은 기묘한 일이다."

ㅡ이 아름다운 나라 소련을 찬양하는 한국 진보 언론이 소련에 대한 비판을 다루는 자세를 보면, 박정희 전두환 찬미하면서 반대파는 빨갱이라고 짓밟던 조중동과 똑같습니다.

그러나 소련과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 소식의 대부분은 근거가 부실한 것이다. 나치 언론인에 의해 퍼진 홀로도모르에서부터 푸틴의 호화별장, 부차학살 조작까지 서구 언론의 소련, 러시아에 대한 악의적 정보조작은 끝이 없다. 게다가 소련을 향한 평가는 지극히 까다롭다.

이게 한국 진보의 공산 국가에 대한 기본 인식입니다. 홀로도모르, 소련이 우크라이나에 일으킨 기아로 우크라이나인들이 죽어간 건 사실이고, 그들을 일제 찬양 나치라고 싫어하는 우리도 그건 인정합니다. 그런데 이들은 아예 악의적 정보조작이랍니다. 그러면서 소련이 한국 침략한 사실은 왜 빼놓는지 모르겠습니다. 소련군은 남한에서 발전기도 약탈해가서 남한 경제를 쑥대밭으로 만든데다 한국 전쟁 때 공군은 물론 장교로 참전해서 전투를 실제 지휘했습니다. 침략 제국주의 전쟁에 대한 강대국의 책임을 악의적 정보조작 정도가 아니라 아예 배제하고 무시하는 언론이 왜 한국 언론입니까, 혐한 언론이지. 조선의 삼일운동까지 들먹이면서 정작 조선의 자유시 참변을 비롯해 소련에 이의를 제기하다 크론슈타트 수병들이나 페터 바이스의 책에 나온 여성 혁명 투사처럼 숙청당한 사람들에 대한 내용은 또 자체 삭제합니다. 하긴 수백만 명 굶어 죽어도 악의적 정보 조작이라는 반민주주의자 비인도주의자가 감히 소련에 이의를 제기한 자들은 사람으로 취급하겠어요?

게다가 지극히 까다로우며 악의적 정보 조작 수준인 건 대국 물신숭배 가능한 소련을 향한 평가가 아니라, 한국 같은 피해국을 향한 평가죠. 프레시안 비롯해 진보파는 리영희 이래 한국은 나라 취급도 안 하고 한국인은 창피한 인종이라며 조선총독부 수준으로 혐오해왔죠. 오늘날 문재인 이재명 지지 사이트들마다 한국 멸망 소취 외치는 건 그들이 한국식 한자어 결과 대신 중국식 한자어 그대로 소위 <후과>죠.

이따위 반민주적 비인도적 결론이, 빨갱이 아니라는 진보의 공산국가를 향한 시각입니다. 그러니 국제 공산주의와 제 2차 세계대전의 기원이라는 책을 읽어도 국제 반공주의와 제 2차 세계대전의 기원이라고 의도적 오독을 하죠. 내친 김에 오역도 하지 그랬어.

그 책에도 이렇게 내 식민지는 내 거지만 너희 식민지도 내 거라는 내로남불의 화신 소련은 부르주아 정부들에게 어떠한 존중도 보이지 않았다고 분명히 나와 있습니다. 다시 말해, 먼저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무시한 건 소련이 먼저였던 겁니다.

특히 중요한 게 승전국과 패전국 간 분란 조장으로, "제국주의자 사이의 모순"을 유발해서 혁명을 성공시키려는 전략을 구사했다는 겁니다. "애초에 그들은 이 방식으로 남들의 주의를 피해 권력을 붙잡지 않았던가?"

그리고 이 분란 조장으로 기회를 붙잡고 권력도 붙잡은 게, 레닌이나 스탈린만이 아니라 히틀러도 마찬가지였던 겁니다. 레닌은 스탈린도 히틀러도 키웠습니다.

프레시안에 나온 에릭 홉스봄은 이 책에도 거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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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의 시대(상): 20세기 역사 | 에릭 홉스봄 - 교보문고

극단의 시대(상): 20세기 역사 | 20세기 자서전『극단의 시대(상): 20세기 역사』. 이 책에서 다뤄진 시기 대부분이 자신의 생애와 일치하는 올해 팔순의 에릭 홉스봄은, 역사극의 배우이자 시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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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보다 먼저 나온 명저로 추천합니다. 하지만 전쟁의 유령 저자 조너선 해슬럼은 홉스봄이 이 명저에서 코민테른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사실입니다. 저 책을 읽었지만 코민테른이 이렇게 큰 규모였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그 정도가 아니라 읽고 나면, 코민테른? 그런 게 있었어? 하게 되거나 우리 중 사회주의자들도 별 거 아니었나 착각하게 됩니다. 저 책 설명에 보면 현존하는 최고의 마르크스 사상가인데, 자기 저서에서 코민테른을 묻어버린 이유가 뭘까요.

"그는 파시즘의 부상이 어떤 식으로든 공산주의 운동에 대한 반응이었다는 생각을 명백히 거부했다."

하지만 그런 홉스봄 자신 모순된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죠. 사회민주주의가 기존 사회 질서를 위협하지 않았다고 그도 인정했던 건, 해슬럼이 지적했듯 코민테른이 사회민주주의를 사회 파시스트라고 낙인 찍었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파시스트의 적으로 자처하던 코민테른은 진짜 파시스트인 나치가 아니라 다른 사회주의자들과 싸웠다는 겁니다. 내부서건 외부서건 반볼셰비키라면 같은 사회주의자고 뭐고 일단 숙청이 소련의 기조니까요. 놀랍지 않죠? 한국서도 민주당을 안 찍으면 2찍이라며 파시스트 나치라고 낙인 찍히니까요. 물론 우리는 너희야말로 파시스트 나치라고 바로 되받아치지만 말입니다.

아돌프 히틀러부터가 전역해서 뮌헨에서 목격한 게 쿠르트 아이스너가 이끄는 공산주의 혁명이었습니다. 바이에른 국왕은 도망갔고 아이스너도 암살됐지만, 브레멘에서도 공산주의 혁명이 일었죠.

우익 테러도 잇달았습니다. 스파르타쿠스단의 지도자 로자 룩셈부르크와 카를 리프크네히트가 암살당했는데, 사회민주주의자들은 그냥 눈 감아 버립니다. 나쁜 평화를 선택한 거죠. 그래서 공산당과 사회민주주의자가 싸우지만, 이건 사실 예견된 거죠. 이미 말했듯, Divide and Rule, 분열 통치하다가 자기들끼리도 분열되니까요. 레닌부터가 전 세계에 수백만 달러 들여 갈등 조장 중인데, 공산당만 그 갈등을 피해갈 수 있다는 건 착각도 아닌 오만이죠.

이렇게 공산주의자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는 동안, 파시스트들은 뭉칩니다. 공산주의자들은 봉기 일으켜서 다 때려부수고 파업 일으키는데, 파시스트들은 일단 질서를 잡으니까, 전자는 실업, 후자는 취직으로 이미지가 잡힙니다. 그래서 파시즘의 테러에 맞선 총파업 요청이 망한 겁니다.

"파시즘은 우리의 패배에 대한 정확한 대가" 라고 마리오 몬타냐나라는 유명 공산주의자가 시인합니다. 공산당이 이겼다고 확신한 순간, 자만으로 실패했다는 거죠. 당대의 공산당원들은 자신들의 자만이 파시즘에 패한 이유라고 봤지, 자신들이 폭동 조장하던 나라들이 안 도와줘서 패했다는 비겁한 소리 안 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이탈리아를 극우의 수중에 가져다준 것은 깊어지는 좌파의 분열상이었다."

이어서 모스크바와 서방 간 이해 충돌은 레닌이 쏟아부은 수백만 달러의 결실을 거두며 화려하게 꽃피어납니다. 인민위원 치체린은 자랑스럽게, 자본주의 국가 사이의 전쟁 덕분에 소련이 더 강해졌다고 말합니다.

"독일과 협상국, 프랑스와 이탈리아, 이탈리아와 유고슬라비아, 영국과 비국 사이에서 적대감이 깊어지면서 우리의 위치는 공고해졌고, 우리를 향한 모든 위험은 감소했다."

정확히 2차 대전 세팅 끝났다는 소리죠. 그런 적대감들을 거금 들여 조장한 소련이 2차 대전에 책임이 없다니, 그거야말로 히틀러가 무덤에서 기립 박수 칠 소리죠. 오히려 이 시기 모스크바와 베를린 간 긴밀한 군사 협력이 은밀히 일어났고, 영국인들이 불안해하며 독일과 관계 개선을 모색하게 됩니다. 진보의 미신처럼 독일과 맞서자는 소련의 요청을 영국이 거부한 게 아니라, 소련이 나치 독일과 먼저 친해져서, 영국이 우리도 독일과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또한 영국과의 관계를 망친 것도 소련입니다. 소련은 영소 무역협정을 교묘하게 어기면서 코민테른을 통해 영국의 총파업이며 각종 분란을 부추겼고, 협정 6개월만에 외무장관 커즌이 공식 항의할 정도였습니다. 그는 인도 총독을 역임했던 고위 귀족으로, 소련 폴란드 전쟁을 막고 평화협정을 소련에 유리하게 이끌었을 정도로, 연합 뉴스가 주장했듯 소련을 무시해서 우스꽝스러운 제안이나 하는 하급 관리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커즌은 피해국에 대한 편견이 리영희만큼이나 그득한 제국주의자지만, 그래서 그런지 소련의 제국주의도 재빨리 알아보고 동급으로 인정했던 겁니다. 스탈린도 커즌을 인정했고요. 2차 대전 이후에야.

그러나 2차 대전 이전에는 소련이야말로 자신들을 제대로 대우했던 커즌의 격렬한 항의를 무시했고, 커즌은 소련의 "반영국 선전"을 비판하는 소위 최후통첩을 발행하고 홧김에 때려쳤는지 사임을 권유받았는지 하여간 사라지고, 신임 외무장관은 체임벌린이었습니다. 그 체임벌린의 동생 체임벌린이죠. 자신들이야말로 영국 무시하다 임자 만난 소련.

소련은 영국과 전쟁 나는 줄 알았지만 오히려 영국인들은 소련과의 관계에 낙관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소련에 투자하면 돈 벌 수 있을 테고 소련도 돈맛을 보면 공산주의 그만두리라 여겼습니다. 중국을 세계무역기구에 가입시킨 클린턴 같죠. 결국 당시 중국은 절대 안 변한다고 반대하던 트럼프가 맞았던 겁니다. 클린턴과 체임벌린은 그때나 지금이나 틀렸고.

그리고 영국의 소련 대비책도 소련이 두려워했듯 전쟁이 아니라 외교적 고립책이었습니다. 무시해서가 아니라 당시 소련의 유일한 우방이 바이마르 독일일 정도로 독일과 소련 사이가 가까웠기 때문에 독일을 품어야 소련과의 관계를 단절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누누이 말하지만 본래 독일과 친했던 건 소련입니다.

그러나 소련과 거래를 늘리자는 희망찬 아이디어는 소련이 중국의 광둥 파업을 재정적 군사적으로 후원해서 중국에 투자한 영국에 막대한 손실을 안기면서 산산조각 났습니다. 그 와중에 영국 총파업까지 유발한 소련. 영국이 곧 무릎 꿇을 생각에 소련은 "들뜬 기분을 참기가 어려웠다." 이거는 깊고 극복할 수 없는 혐오 아닌가? 영국의 소련에 대한 혐오뿐 아니라 소련의 영국에 대한 혐오와 차별과 무시와 기타등등을 이 책은 다 다루고 있는데, 무조건 한쪽만 언급하는 진보 특유의 흑백논리. 역시 리영희 키즈.

테러에는 테러로 대응해서 중국 군벌이 베이징 소재 소련 대사관을 습격합니다. 여기서 발견된 소련 간첩의 빛나는 활약상을 여실히 보여주는 문건은 "런던이 가졌던 최악의 공포와 의식을 확인해 주었다." 다시 말해 영국이 소련을 두려워했어도 무조건적 두려움이 아니라 이유와 증거가 있는 공포였던 거죠.

이 사건으로 영국은 소련과 외교를 단절합니다. 그렇지만 소련은 처음 커즌의 최후통첩 때와는 달리 콧방귀만 뀝니다. 이제 중국 파업으로 영국에 한방 먹였겠다 영국 내 총파업도 일으켰겠다, 무서울 게 없는 거죠. 관계 악화는 인정하지만, 아까 치체린 발언처럼 이미 서구 다 분열시켜 놨는데 지들끼리 싸우기도 바쁜 인간들이 무슨 수로 전쟁을 일으킨다고?

이렇게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파시즘만 유일하게 공산주의자들을 제압한 세력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중국을 공격했는데, 소련은 영국은 무시하더니 일본과의 전쟁은 두려워했습니다. 일본은 군국주의 아시안 나치니까요. 공산주의가 파시즘 때려잡는 적이 아니라, 파시즘이 공산주의 때려잡는 적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영국이며 영국 식민지에 온갖 분동을 거금 들여 일으켜 놓고는, 정작 조선인들로 구성된 국가정치보위총국 사보타주 부대가 철교 폭파하러 조선에 파견됐을 때, 스탈린은 관련자들을 가혹하게 처벌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서구와는 싸워도 파시즘 국가와는 싸우기 싫다 이거죠.

그러자 영국은 극동에서 일본이 세력을 넓히게 놔둡니다. 소련을 견제하는 수단으로.

이게 독일에도 똑같이 일어납니다. "실제 파시스트들보다 사회파시스트들에 더욱 집중한 정책은 필연적으로 히틀러가 효과적으로 부상하도록 이끌었다."

싸울 파시스트는 따로 있는데, 다른 이들을 파시스트라 규정하고 그들과 싸워서 결과적으로 히틀러의 성공을 이끌었다는 뜻이죠. 한국인이라면 뭐 이재명 안 찍었다고 2찍이니 파시스트니, 짱깨란 말 해본 적도 없는데 진보파에게 싸잡아 나치라고 욕 먹은 적 누구나 한 두번쯤 있으니까 이해 너무 잘 됩니다.

소련과 외교 단절한 건 영국 보수당이고, 소련 자금으로 선거 승리한 노동당은 바로 외교 재개합니다. 그 이전 영국 총파업 끝까지 가게 지지한 것도 소련 자금이었듯. 소련이 파업이고 선거고 영국정치를 좌지우지하는 판에 영국이 소련을 무슨 수로 무시합니까? 역시 리영희식 논리.

영국 잡고 나자, 이제 소련의 다음 타깃은 프랑스입니다. 프랑스 식민지던 베트남에도 중국 같은 일이 벌어졌고, 파리 한복판에서 소련 간첩들이 프랑스로 망명 온 소련 반체제 인사를 납치해도 가만 있던 프랑스는 격분합니다. 이 와중에 소련은 중국이 지금 하듯 덤핑 수출로 이미 베트남 투자가 망해서 흔들리는 프랑스 경제에 또 타격을 가합니다.

지금까지 정리해 보면, 1차 대전 동맹국이던 러시아가 혁명으로 소련이 되더니, 기존 동맹국이던 영국과 프랑스 배신 때리고 식민지들에 혁명 일으켜 망하게 하더니, 정작 같이 맞서 싸운 1차 대전 전범국 독일과는 라팔로 조약 맺고 잘 지낸다는 겁니다. 나무위키는 또 이걸 왕따국가끼리 친하게 지낸 거라 우기지만 독일은 몰라도 소련은 아니죠. 다른 나라 선거까지 좌지우지하는 나라가 학폭이면 학폭이지 왕따를 당하긴, 자신들은 학교 폭력 위원회도 징계 없이 쏙 빠져나가면서 학폭위까지 열릴 정도의 폭력이나 교장도 못 말릴 정도로 다문화 아이들 여럿이서 한국 아이 얼굴에 공 맞추는 짓이 아니라 짱개란 말만 인종차별이라고 난리치며 자기 아이들만 다문화센터에서 상담치료 받는 거와 뭐가 다른데?

이러면서 정작 독일 혁명은 어떻게 되고 있을까요. 독일 공산당은 나치 말고 딴 애 패고, 딴 애 말고 나치를 만나면 대화로 해결하라는 지령을 소련에게서 받습니다. 책에도 자주 나옵니다. 이 과정에서 독일 공산당 지위는 독일 정당이 아닌 소련 지부로 자동 격하됩니다. 독일의 정식 정당인데 독일인이 아니라 소련인의 명령을 받는 겁니다. 이게 바로 앞서 프레시안이 밤하늘의 별로 찬양했던 소련의 돈에 대한 대가였죠. 그렇게 자국 내서 외국 내정 간섭 받는 정당이 자국 이기주의를 강요하는 외국의 이익을 위해 국익 접어버리기^^를 해대니, 그 더러운 돈 구경도 못한 국민 전부가 그 대가를 치러야 하고요.

이 와중에 혁명이고 공산주의고 사회주의고 싹 다 어기고 나치를 표절해 민족주의를 채택하라는 강령에 독일공산당이 잠깐 저항해 봅니다만, 페터 바이스 책에 나왔듯 어림도 없었죠.

베르사이유 조약 배상금 문제도 물론 나옵니다. 그런데 영국은 독일 배상금 안 받으면 미국 채무를 못 갚는 판이었습니다. 예전에는 부자였지만, 소련에게 중국 털리고 인도 털려 투자금 다 날린 상태였으니까요.

러시아도 독일 배상금이 절실한 처지였지만, 이름 바꾸고 인민에게 빼앗은 돈으로 전 세계를 호령하며 영국이 곧 무릎 꿇는다는 승리감에 도취된 소련은 프랑스와 독일이 배상금 협상에 들어가자, 독소 관계가 흔들릴까 불안해 합니다. 그래서 프랑스와 독일 간 불화를 유지하고자 안간힘을 썼습니다. 히틀러 아니었어도 스탈린 혼자 2차 대전 너끈히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어차피 판은 스탈린이 깔아놓았고, 아까도 나왔듯 소련 외무장관부터가 아주 자화자찬하는 수준이었으니까요.

독일 공산당은 나치를 막으려고 나치가 지자체에 당선되지 않게 스탈린이 나치 대신 패라던 딴 애, 바로 사회주의자에게 투표하려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스탈린이 막아서 실패. 뭐 한국은 막을 것도 없이 그냥 지자체 참정권 있는 중국인들이 도지사고 서울시장이고 대선 후보 다 뽑는 수준이죠. 전 세계 통틀어, 역사상 전무후무한 내정 간섭 시스템을 두고 민주주의라고 세뇌하고 반대하면 리영희처럼 흉포한 괴물 나치 파시즘으로 낙인 찍는 진보.

계속 그런 일의 반복입니다. 독일 공산당이 나치를 막으려 하면 스탈린이 반대하고. 그러니 독일에서 파시즘에 맞설 통일 전선을 구축할 수가 없는 겁니다.

스탈린은 계속 소련식 전랑 외교, 1차 대전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전 세계를 갈등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소련의 판 짜기를 위해 독일과 프랑스의 불화를 계속 부추기려고 나치를 이용한 거죠. 스탈린은 나치의 적은커녕, <내 적의 적은 친구>인 게 나치였어요.

유럽에서 가장 거대한 독일 공산당이 저항은커녕 오히려 나치의 다른 적들을 대신 물리쳐 주는 가운데, 히틀러는 독일을 손에 넣습니다. 당시 영국 상황 중 이 문장이 눈에 띕니다.

"중도파와 중도좌파는, 베르사유 조약뿐 아니라 이에 대해 독일인들에게 보상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렸다."

한국은 제국주의 피해국인데도, 여러 포스팅에서 증명했듯 한국 전쟁 때 침략한 중국인과 조선족이 사회적 약자니 잠재적 가해자로서 미안해하라며 세금으로 배상하라는 죄책감 주입식 교육을 당하고 있죠. 제국주의 가해국 영국을 옹호하는 건 아니지만, 영국이 미국에게 진 채무도 독일과 1차 대전에서 싸우느라 생기고 그래서 독일 배상금도 필요한 건데, 침략국에게 보상해야 한다는 가해국중심주의 좌파식 죄책감 때문에 정작 독일을 막아야 할 때도 막지 못하는, 더러운 평화론이 대두한 겁니다.

또한 독일에 대해서는ㅡ "히틀러는 평화를 향한 자신의 위선적인 태도를 이용해, 전쟁와 관련한 실질적인 목표를 속이는 데 성공했다."

평화를 내건 사람들에게 독일인들이 속았다는 거죠. 겉으로는 평화를 외치는 사람들, 히틀러며 체임벌린이며 스탈린이 결국 똑같이 전쟁으로 이끌었다는 건 이 책을 추천한 진보도 인정하나 봅니다.

스탈린은 나치에 저항하는 독일 내 통일 전선 결성을 막았듯, 독일에 저항할 프랑스 영국 간 관계도 악화시킵니다. 그리고 프랑스 내부서도 프랑스 공산당와 다른 좌파가 파시즘에 함께 맞서긴커녕 서로 싸우는 작태가 똑같이 되풀이됩니다.

그러면서 공산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고 나라 내부에서 일으키는 각종 혼란도 프랑스고 스페인이고 계속 되고 있었습니다. 그럼 파시스트가 이탈리아처럼 실업 유발 공산당을 막는 취업 우파 해결사로 등장합니다. 공산당 혁명이 성공을 거두면 파시스트가 준동하지 않았을 거라는 소리도 있지만, 당시 소련도 천만명 희생자를 낸 러시아 내전이 1930년대나 끝나던 판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공산당이 질서를 어지럽히지 않았으면 파시즘이 대두하지도 않았을 거고, 공산당이 바로 질서를 장악하고 정권을 잡아도, 사람들이 굶어 죽고 맞아 죽는 혼란은 히틀러보다 더 많은 사람을 죽인 스탈린과 더 많이 죽인 마오쩌중 시대처럼 더 극심해졌을 거라는 게 실제 역사입니다.

진보 추천사들에 나온 대로 영국의 핼리팩스가 독일에 가서 모든 나치 지도자가 자기 취향이었다고 호들갑을 떤 건 사실입니다. 형편없죠. 그런데 그는 동시에 공산주의가 파시즘의 천적이라는 소련의 자화자찬을 가장 믿어 준 인물입니다. 그는 히틀러가 살아있는 한 소련은 독일의 우방이 안 될 거라고 나치의 적인 척하던 소련의 선전전을 과대평가하며, 독소 동맹을 걱정한 내부 우려를 깔아뭉갰죠. 핼리팩스가 소련을 그렇게 믿어주지 않았으면, 독소 동맹은 힘들었을 겁니다. 한국을 파시즘 국가라고 욕하는 한국 멸망 소취단만 해도, 더 큰 학살, 그것도 한국인들 학살한 가해국들에겐 아주 너그럽기 이를 데 없으면서 약자혐오로 피해국인 한국만 혐오하죠. 그것도 파시즘입니다. 위선과 파시즘의 콜라보.

그러나 서구만 소련을 무시한 게 아니라 소련 역시 프랑스를 냉대했습니다. 대놓고 프랑스가 방식을 수정하지 않는다면, "소비에트 정부가 독일의 품에 안기는 꼴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수준이었죠.

그러다 독일이 오스트리아를 합병하면서, 체코가 위태로워졌는데, 프랑스와 소련 모두와 상호원조협정을 체결한 나라였습니다. 이판에 스탈린은 볼셰비키 아닌 사회주의자들 공산주의자들 다 숙청한다고 러시아 내전서만 천만명 죽인 것도 모자라, 소위 "올드볼세비키들의 모스크바 재판"으로 볼셰비키들 내부 숙청도 들어간 상태였습니다. 이른바 대숙청이죠.

"모스크바를 잠재적 우방으로 바라보던 서구 사람들에게 역겨움을 선사했다."

그런데 이때 장군들 줄줄이 매달아서 히틀러 침략도 전에 자기 군대 망친 것도 모자라 프랑스 군대까지 망치려 듭니다. 프랑스는 히틀러에 맞서고자 스페인 공화파 지원도 그만뒀는데, 프랑스의 방위 노력을 지속적으로 방해하는 공산당에게 분노해서, 소련 대사에게 스탈린의 방해를 비꼬는 말을 총리가 전할 정도였습니다. 재무장 반대는 각국 공산당의 구호였지만, 독일은 공산당이 파시즘 막긴커녕 파시즘의 다른 적들만 쳐패는 상황에서 재무장 해버렸는데, 정작 다른 나라들은 공산당의 재무장 반대에 종속되어 있던 겁니다. 한국도 중국도 대만도 일본도 동남아도 안 하는 다문화다양성, 아시아에서 혼자 하다가 인구절벽 왔잖습니까. 지방 참정권, 외국인 과세 특혜 및 부동산 투기 규제 철폐, 무상치료 무상교육, 외국인 장애인 간이 귀화 혹은 동일 복지 제공 등, 한국만 해야 한다는 온갖 진보 정책이 한국의 미래 세대고 뭐고 현재를 압살하는 중입니다.

진보가 외국 방위 산업, 특히 중국 방위산업은 비판하지 않으면서, 피해국 한국의 자주국방 주권 수호 의지는 독립국가도 아닌 주제에 착각하는 창피한 인종이라느니, 무기 팔아 돈 번다고 한국인인 게 부끄럽다며 난리치는 식이죠. 정작 중국 같은 강대국 무기 아니라 가성비 좋은 한국 무기가 약소국들의 진정한 희망으로 떠올랐는데, 자신들이야말로 물신숭배에 쩔어 있으니 중국은 되고 한국은 안 된다는 이중잣대니까요.

번역자는, 후기에 저자가 제 2차 세계대전의 발발원인은 국제 공산주의 운동이었다고 주장한다고 쓰면서도, 정작 독일이 침략하던 순간까지 열강 지도자들이 나치의 군대가 서유럽 침공하던 순간에도 파시즘보다는 볼셰비즘을 싫어했다고 강조하면서, 정작 소련이야말로 독일이 소련 침공을 준비한다는 처칠의 경고를 스탈린이고 몰로토프고 무시했다는 사실은 은폐합니다. 책에 나와있는데도 뻔뻔하기가. 우리가 지난 포스팅에서 소개한 라이프 이차대전사만 해도 독일 탱크가 소련을 달려가는 동안 독일로 가는 지원 물품을 실은 소련 트럭이 반대 방향으로 교차해서 가는 진풍경을 소개했습니다. 스탈린 없었으면 히틀러 전쟁 못 일으켰습니다. 스탈린과 철 지난 제국주의 땅따먹기 불가침 조약 맺으니까 다른 나라도 침략할 수 있었고, 스탈린 지원도 받아서 승승장구한 겁니다.

이런 팩트는 다 갖다내버리고 뭔 앵무새마냥 <이념적 증오와 우려가 지배한 외교의 결말은 세계대전의 반복>이었다고 저자와 반대되는 주장을 합니다. 국제 공산주의 운동이 그 외교를 뒤흔든 과정이 책 전반에 다 나와 있는데 뭐라는 건지 어처구니가 없어서.

저자가 무슨 소리를 하건 무조건 서구 지도자 잘못이라고 답을 정해놓은 자유국가에 대한 차별과 반공주의에 대한 혐오 때문에 지능 저하 와서 핵심은 다 놓치죠. 정작 소련이야말로 영국과 프랑스를 경멸한 정도가 아니라 그 나라들 총파업이고 선거고 재무장이고, 정치고 경제고 국방이고 다 내정간섭합니다. 특히 소련이 폴란드 같은 피해국에 가한 경멸은, 진보의 피해국 혐오 약자 혐오의 원조를 잘 드러냅니다.

"이 베르사유 조약의 기형아는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는 사실이 만천하에 드러났습니다."ㅡ소련 외상 몰로토프.

"지금 폴란드는 어디 있지? 그 지도자들은 어디 있는 거야?"ㅡ스탈린

"폴란드의 패배로 사회주의 체제가 새로운 영토와 인구로 확장되는 일이 뭐 그리 나쁘겠는가?

ㅡ스탈린.

독일이 폴란드를 패망시켰을 때, 자신들도 이득 봐놓고는 자신들이야말로 <미안해>하긴커녕 <지들이 약해빠져서 강국에 패했다>고 경멸하는 스탈린, 현재 한국 진보가 한국에 가하는 약자 혐오 피해국 혐오 논리와 소름끼치게 똑같죠. 그러니까 소련이 당했다는 무시와 경멸은 거품 물고 떠들어 대는 이 책 추천사나 기사에서 소련이 다른 나라들이나 피해국들을 무시하고 경멸한 정도가 아니라 혐오하고 차별한 사실은 절대로 언급 안 하고 은폐한 겁니다. 반공주의는 악이라는 리영희 흑백논리를 절대진리로 우상숭배해야 하니까.

독일이 침략전 벌일 때 이때다 싶어 소련군이 독일군과 나눠먹기한 영토를 급습합니다. 리투아니아 총리가 크렘린에게 당한 짓이나, 체코 대통령이 나치에 당한 짓이나 똑같습니다. 심지어 나치와 나눠 먹기로 한 땅을 넘어서 협정을 깨고 독일계 민족이 사는 부코비나까지 침략했기 때문에 나치의 항의를 받았고, 이 역시 나치 역시 협정을 깨고 소련을 침략한 원인이 되기도 했죠.

이 번역자 후기나 추천사나 일사불란천편일률로, 서구의 잘못만 말하는데, 서구 잘못 부인하는 게 아니고 소련이야말로 원인 제공자이자 혐오와 공포로 자멸의 길을 갔던 실패자인 게 진실입니다. 공산주의는 잔혹한 폭력으로 기존 체제를 뒤엎는 혁명을 성공시켰지만, 그렇다고 사람들이 굶어죽지 않고 평화롭게 사는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한 채 오히려 폭력을 전 세계에 전염시키고 있었고, 이 때문에 파시즘이 대두했습니다.

심지어 마지막은 러우 전쟁 가지고도 <서구 지도자들이 이 역사에서 배웠다면 무의미한 전쟁의 반복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는 헛소리입니다. 서구 지도자들 혼자 배우면 뭐합니까. 러시아가 계속 안 배우는데. 전 세계 좌파들이 아직도 나치 희생자들만 거론하고, 스탈린과 마오쩌둥의 희생자들은 차별하고 혐오하는데.

침략국이 일으킨 전쟁도 침략국 아닌 다른 나라들 책임이 되니까 침략국이 계속 침략해대는 겁니다. 이게 당연하지 않나? 그 반대를 우기는 것도 참 진보다운 정의입니다. 궤변이 진리를 잡아먹었는데, 그걸 자연스럽고 아름답다고 여기는 진보 가치관.

이제 좌파도 빨갱이도 아니라는 진보의 공산주의에 대한 실제 생각을 아시게 됐습니다. 공산주의 아닌데 소련과 중국을 왜 그토록 찬양하는지 아시게 됐습니다. 반공주의가 나쁘다면서 진보 스스로 추천한 책조차 공산주의의 책임을 말하는데 왜곡 되는 진보식 진실의 진상을 아시게 됐습니다. 공산주의 아닌데, 왜 자신들에 반대하면 레닌과 스탈린과 모택동처럼, 그리고 리영희처럼, 악이자 흉포한 괴물로 낙인 찍는지 아시게 됐습니다.

우리 주장의 산 증인이 바로 스탈린이니까, 얼마든지 반론해 보기 바랍니다.

소련 아니었으면 나치 못 이겼다는데 거짓말입니다. 소련 아니었으면 나치가 전쟁 못 일으켰다는 정도가 아니라 애초에 히틀러가 정권을 잡을 수도 없었습니다. 전쟁 승리도 마찬가지고.

"히틀러가 폴란드를 신속히 함락할 수 있던 이유는 오직 그가 스탈린과 마침내 합의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동맹 이후 소련이 나치를 얼마나 물심양면으로 지원했는지, 소련에선 파시스트도 파시스트라 못 부를 정도였습니다.

"이 단어는 소비에트 선전에서 사라졌다. 망명 중인 독일 공산주의자들은 작업장에서 "그들의" 성공적인 폴란드 침공을 축하받으며 난처해했다."

그야 소련 아니었으면 나치가 폴란드 점령도 못 했고 소련도 나치 덕분에 이익을 봤으니까요. 소련은 파시즘의 적이긴커녕 파시즘의 열렬한 동맹이었습니다.

만일 독일이 위험에 빠진다면 "소련 인민이 독일을 도우러 가 박살 나도록 절대 방치하지 않을 것입니다." "소련은 강한 독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독일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입니다."

혁명 대의도 혁명 기념일에 러시아 제국의 차르들을 칭찬할 정도로 어기고 다른 인민 공화국이며 반볼셰비키 혹은 같은 볼셰비키도 때려잡고 인민은 더 심하게 때려잡은 소련이 평생 이토록 열렬한 헌신을 대놓고 표현한 대상은 나치 파시즘이었습니다. 그게 역사라고. 맨날 한국은 흑백논리가 절대 진리 혐오하면서 중국에는 상대주의나 해대는 리영희표 이중성 가지고는 책 한 권 제대로 이해도 못하지.

소련도 미국과 영국의 물자 지원 없었으면 나치 못 이겼어요. 라이프 이차대전사에 따르면 이때 유보트 때문에 소련 지원하는 미국과 영국 선박 침몰하고 난리가 났는데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는 초반에 히틀러와 손 잡고 땅따먹기 맛있게 해쳐먹은 스탈린은 거품 물며 쌍욕하고 난리 났답니다. 한국은 쌍욕하면 리영희죠. 피해국 사람들더러 창피한 인종, 어우, 학자라면서 그런 말하는 인간 인성이 더 창피하다.

그런데 이때 스탈린에 대한 설화, 이거야말로 진보 논리대로라면 소련인인 게 창피해지는 야사가 있습니다.

스탈린이 히틀러와 손 잡고 해쳐먹다가 뒤통수 맞자, 스탈린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모든 직위에서 내려왔답니다.

그러자 당 간부들이 대표로 가서 스탈린에게 당신 아니면 안 된다, 당신 아니면 소련은 망한다고 탄원했고, 스탈린은 그들의 진심에 감동해서 다시 마더 러시아를 이끌었답니다.

그런데, 그 이전에 대숙청 있었죠. 대숙청 빼놓고 대조국 전쟁 말하면 뭐할 건데.

https://www.sedaily.com/NewsView/1L190D09CK

 

[만파식적] 스탈린의 대숙청

오피니언 > 사내칼럼 뉴스: 20세기 최악의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이 벌인 공포정치의 상징이 ‘대숙청(치스트카)’이다. 1920년대 적백(赤白) 내전 승리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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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숙청으로 장군들 목 날아가서 히틀러 좋은 일만 해준 정도가 아니라 지방 행정관리 수가 모자랄 정도였습니다. 이런 판에 스탈린에게 가서 당신 아니면 안된다고 말할 사람들이 과연 남아있기나 했었는지 의문입니다. 스탈린 아니면 안 되었던 것도 맞죠. 다른 인재 다 죽였는데, 누가 살았어야 말이지.

마오쩌둥도 이 수법을 그대로 베낍니다. 스탈린이나 마오쩌둥이나 그들이 권좌에 오르기 전보다 훨씬 발전한 나라를 뒤에 남겼으니, 위대한 독재자랍니다. 이거 한국의 일제강점기 미화 논리와 똑같네요. 그전까지 동학운동 청일 러일 전쟁 의병전쟁으로 피폐해진 가운데 전쟁들 겨우 끝나고 평화 오니까 성장한 거 가지고, 일제강점기 덕분이라고 하면 나라 발전시키기 참 쉽네요. 한 나라 침략해서 전쟁 막 벌이다가, 전쟁만 중단하면, 무조건 수치는 전쟁 이전보다 좋아질 테니까요. 침략 가해국성애자들, 피해국 혐오자들 진짜 개소리하다 지능 저하 온다.

무엇보다 그런 논리면 같은 독재자인 프랑코나 히틀러의 성공은 왜 비판합니까? 그들 역시 똑같이 자국을 부강하게는 만들었고, 심지어 사람도 훨씬 덜 죽였어요. 마오쩌둥을 비판하지만 그의 업적을 인정한다면서 히틀러만 비판하는 것은 모순이죠. 단순한 비논리가 아니라 두 가치관의 충돌이다. 그러는 사람은 민주주의자일 수도 인도주의자일 수도 없고, 역사관은 커녕 일관된 가치관의 소유자일 수도 없는 겁니다. 지능과 공감능력은 따질 수준도 안 되고.

우리는 위대한 독재자의 미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어떤 나라가 그의 치세 하에 발전했다고 해서, 다른 지도자의 치세 하에선 발전하지 못했으리라는 결론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틀렸습니다.

박정희나 전두환 없이도 한국은 발전했을 것이고, 우리는 홍대선 같은, 리영희보다는 낫지만 더 교묘한 혐한을 하는 진보가 해대는 폭력으로 성장한 나라라는 피해국 혐오 낙인을 믿지 않는다. 그건 그저 문명의 부정이고, 진보의 폭력 역사와 반민주적 범죄를 부인하는 비겁일 뿐이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소련도 모택동이나 스탈린 없어도 발전했을 것이다.

어쩌면 미국과 영국과 교류하며 더 빨리 발전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많은 사람들의 희생에도 발전했다면, 그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지 않았다면 더 잘 됐을 수도 있었으리라는 추측은 왜 성립 안 하는 겁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우리야말로 중국인과 러시아인, 중국과 러시아를 올바르고 공평하게 평가하는 사람입니다. 스탈린과 마오쩌둥과 공산주의에 미쳐서 그들의 인권을 무시하고 차별하고 혐오하는 인간들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단 세 마디로 요약하겠습니다.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하지만 저항하는 노동자는 국적 막론 다 죽여라.

그러니까 꼭 자국민 노동자일 필요도 없다.

https://www.hani.co.kr/arti/culture/book/825510.html

 

스탈린도, 대숙청도 모두 러시아혁명이었다

러시아혁명 1917-1938 쉴라 피츠패트릭 지음, 고광열 옮김/사계절·1만8000원 러시아혁명 100년을 맞이한 세밑에 또 한 권의 주목할 만한 러시아혁명사 책이 나왔다. 이른바 ‘2세대 수정주의’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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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탈린의 관점으로 보면, 혁명의 엔진을 돌리기 위해 끊임없이 ‘혁명의 적’을 찾아내고 공격하는 이 ‘새로운 소비에트 인텔리겐치아’야말로 혁명의 가장 큰 성취 가운데 하나였다. 그렇다면, ‘혁명적 테러’의 마지막 발작이었던 1937~1938년의 대숙청이야말로 러시아혁명의 ‘완수’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혁명은 가짜다. 너희나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