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모델을 따르는 국가들이 많은데, 중국이건 그들이건 언제건 러시아처럼 침략을 일으키지 않는다고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마오쩌둥도 활용한 스탈린의 저주 때문이다. 우리가 붙인 말로, 독재자가 유발한 상황이더라도 독재 체제가 너무 견고하면 독재자가 유일한 해결사로 비쳐지는 현상이다. 독재자가 전쟁을 일으키거나 관련됐다고 해도 전쟁 와중에 새 정부를 세우느니 독재자가 계속 밀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반대 논리는 존재하지 않거나 들리지 않는 여건이다.
예를 들어 스탈린은 2차 세계 대전에서 히틀러의 충실한 동맹이어서, 나치의 소련 침략 때도 나치의 탱크들과 나치의 침략을 지원해 오던 소련의 트럭들이 국경 지점에서 교차했다고도 한다. 과장일지 몰라도 스탈린의 지원이 아니었다면 히틀러도 유럽에서 그토록 빠른 성공을 얻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이다. 스탈린이 히틀러의 침략전을 일으키지는 않았을지 몰라도 스탈린 없이 히틀러는 침략전을 일으킬 수 없었다. 김일성이 스탈린 없이 한국전쟁을 일으킬 수 없었듯 말이다.
많은 역사가들은 김일성이 스탈린에게 한국을 일주일 만에 점령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고 주장한다. 사실이리라. 그런데 그들 모두 스탈린이 남한이 북한을 공격해서 점령하고 중국과 소련까지 위협하리라는 두려움에 떨었기 때문에 김일성의 거짓말에 넘어갔다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한반도에 주둔했던 소련 장군들은 제국주의 열강에 맞서 한국을 해방하러 왔다면서 실제로는 자신들도 졌던 일제의 피해자인 한국인들을 노예니까 절반쯤 교수형에 처하겠다 위협했다. 소련 장군들도 두려워하지 않던 한국을 소련 장군들도 두려워하는 스탈린이 두려워한다고?
당시 한국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하는 것은 전 조선총독부 관리 미즈타 나오마사의 회고록이다. 그는 자신이 일제에 얼마나 충성했는지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 책에서 광복 후 일왕의 무조건 항복을 어긴 조선총독부가 한국 광복군과 미군의 합동 진주를 총칼로 막고서 위폐를 찍어내 금과 문화재를 사들이고 조선 은행들에 일본 전범기업들의 귀환 자금 대출을 강요한 일을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당연히 한국은 전쟁의 수탈에 이어 초인플레의 혼란으로 고통받다 분단까지 이르렀다. 1차 대전의 초 인플레로 2차 대전이 발발했는데, 2차 대전의 끝도 피해국의 초 인플레였던 셈이다. 그러니 미군과 영국군의 동맹군이었는데도, 일본의 준동으로 다른 피해국 출신 동맹군들처럼 배신당해, 샌프란시스코 조약의 승전국 자리에서도 쫓겨났었다. 가장 오래 일제와 싸운 나라를, 그 일본의 요구로 승전 조약에서 쫓아냈을 때 또한 1차 세계 대전 베르사이유 조약의 재판이었다.
게다가 미국은 한국을 방위선에서 제외했었고, 다시 집어넣었다고 한들 복구는 하도 조용히 해서 지금까지도 의견이 분분하다. 그렇게 소련도 미국도 무시하는 최빈국이 미군과 함께 북한을 침공한다니, 평생 자국민을 화려하게 속여 온 스탈린이 그런 거짓말을 꾸며낸 게 아니라, 김일성이 다 꾸몄다고 치자. 그런데 김일성이 스탈린을 설득시켰다는 말은 <일주일도 안 돼 남한을 점령할 수 있다>는 소리다. 이 모든 소리를 다 이어 보자. 바로 얼마 전까지 한국인 절반을 교수형에 처하겠다던 소련군을 갑자기 침략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게 한 막강한 나라를 일주일도 안 돼 무슨 수로 점령한단 말인가? 우린 이걸 김일성이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스탈린이 그걸 믿었다는 소리를 믿는 인간들이 우리에게도 믿으라고 강요하는 허점을 지적할 뿐이다. 일주일도 안 돼 점령된다는 남한이 북침할까 봐, 스탈린이 무서워했다니, 과연 우리가 아는 스탈린이 맞는지 그들 머리에 사는 종양의 요정인지 알 길이 없다. 어딜 보나 스탈린이 대숙청과 대조국 전쟁을 거치며 자국민과 타국민들을 속여 온 대사기극이 다시 한번 되풀이됐을 뿐이다. 스탈린이 나치에 속은 것도 모자라 북한에도 속았다며, 재한 소련우월주의자들처럼 스탈린 <동무 절대 지켜!>를 외쳐봤자 그런 스탈린에 속았던 그 모든 희생자들은 뭐가 되는가?
국민 여러분, 독일은 우리의 형제국입니다, 침략당할 리 없습니다, 헝가리도 우리의 형제국입니다, 체코도 우리의 형제국입니다, 침략이 아니라 보호입니다. 국민 여러분, 나는 국민 여러분을 너무 사랑해서, 조국의 아버지인 내 말을 안 들으면 처형할 겁니다~ 스탈린이 죽은 지 어언 몇 년인가. 이런 소리에 그만 속을 때도 됐다.
스탈린과 소련군은 미국이 과연 어디까지 냉전의 방어선을 설정할지 알고자 했다. 그래서 김일성을 조종해 미소 대리전인 한국 전쟁을 일으키면서, 자신들은 어쩔 수 없이 남한에 대한 두려움에 떨며 김일성에게 속아서 오판했다는 식으로, 무고함을 증명하고자 했다. 신의 어린 양보다 천진무구한 소련군을 절대 지켜라, 수많은 소련 국민과 한국인들처럼 방해되는 약자들을 죽였다고 악의 축이라니 편견과 혐오와 차별이라는 소련식 모럴이 솔제니친의 수용소가 들어섰던 시베리아의 순백으로 빛난다.
그리고 그것은 한국전쟁 이전 히틀러의 소련 침략에도 많은 점을 시사한다. 대숙청이 대조국 전쟁보다 먼저였고 스탈린의 지지율은 자유국가식 설문 조사 없이도 누구나 하락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나치 침략 당시의 전설적인 일화를 음미해 보자. 당시 스탈린은 그 모든 책임을 인정하고 칩거하며 정권을 내려놓을 준비가 다 돼 있었다. 그러나 소련 정치인들은 동무 아니면 아무도 할 사람이 없다면서, 스탈린을 만장일치로 지지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국 전쟁에 소련의 책임이 없다고 중국과 일본처럼 피해국 한국사를 왜곡해대는 재한 소련 우월주의자들이 아니고서야 누구나 감동받지 못하고 갸우뚱하게 되는데, 동무 아니면 아무도 할 사람이 없다고 말할 사람들만 남겨 놓고 다 숙청해 버린 뒤기 때문이다. 설령 당시 스탈린을 대체할 유능한 스탈린 안티가 한 명 살아남았다고 해도, 스탈린 안티가 될 정도로 정상적인 지능의 소유자라면 스탈린 개인 맞춤형 독재 체제를 숙청으로 구축한 상황에선 스탈린이 계속 해 나가는 편이 전쟁 와중에 그 체제를 다시 뜯어고치는 것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결론에 다다랐을 것이다. 지능에 이어 정상적인 공감 능력의 소유자라면 왜 자신이 스탈린 대신 스탈린의 오판을 책임지며 스탈린 곁에서 호사를 누린 특권 세력에 암살당할 위험에나 처하는 승산 없는 싸움을 해야 하는지 의문 또한 제기했을 것이다. 그것이 겉으로는 스탈린을 지지하는 듯 보였던 대다수 소련인들이 실제로 겪었던 내면 심리라 우리는 생각한다. 물론 재한 소련 우월주의자들만큼이나 열광적인 스탈린의 팬들이 이의를 제기하겠다면, 우리는 기꺼이 스탈린 치하 소련 국민 심리 분석의 오류를 인정하겠다.
마오쩌둥은 스탈린을 배웠거나 베껴서 한국과 베트남을 침략하다 번번이 실패하니, 마지막에는 국내 불만 세력에게 문화대혁명이라는 이름의 전쟁을 일으켰고, 그것이 그가 국공 내전과 함께 유일하게 이긴 전쟁이 되었다. 마오쩌둥 형 독재자가 이길 수 있는 상대는 자국민과 자국 경제뿐이다.
푸틴은 스탈린의 직계다.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푸틴의 지지율이 대조국 전쟁 당시 스탈린의 지지율보다 낮건 말건, (동무가 일으킨 상황에서) 동무를 대신할 자는 아무도 없다는 결론은 똑같다. 자유 국가처럼 유권자를 대체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일본은 어느 쪽에도 해당하지 않은 특별한 사례다. 그들이 비난하는 북한은 세습 정치 가문이 하나지만, 일본은 세습 정치 가문이 집권 자민당 내만 40%다. 한국의 8배, 미국의 7배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설문 조사에서도 세습 정치를 바꿀 필요 없다는 일본 국민이 49%에 달했다. 그렇다면 일본 국민은 정부에 자신들의 뜻이 반영되지 않는다고도 할 수 없다. 일본인들은 정부가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지 않았다고 말하지만, 일본 역사 교과서가 개정되기 전에도 혐한 서적은 부동의 베스트셀러 장르였고, 전반적으로 군국주의 정치인이 그렇지 않은 정치인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았다.
일본은 변화하는가 변화하지 않는가, 일본인은 변화를 바라는가 바라지 않는가, 겉으로는 불확실해 보이고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은 확실히 바뀌고 있다. 바로 군국주의 과거로의 회귀다. 일본은 제국주의 침략이나 2차 대전에서 한국 위안부나 강제징용피해자들에게 가한 강제성을 비롯한 그들의 죄를 역사에서 지워버리는 작업을 전방위로 해나가고, 독도를 비롯해 모든 인접국과 벌이는 영토 분쟁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2차 대전 가해국에서 피해국이 되는 것은 일본 정부가 다시 쓰는 역사만이 아니라 일본인들이 만들어 가는 문화다. 겉으로는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주의로 보이는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에서도 일본이 받은 피해에만 집중하면서 일본의 피해자들은 상대적으로 소외시킨다. 작가가 악명 높은 731 인체 실험 부대 관련자를 부친으로 뒀다는 의혹을 받는 요코 이야기를 비롯해 총독부 재무국장 미즈타 나오마사의 회고록까지 히키아게샤들, 일본 역사가가 칭했듯 <제국의 브로커> 전원이 한반도며 여러 식민지에서 저지른 범죄를 단 한 번도 인정한 적이 없고, 이것은 다른 제국주의 열강의 식민지 거주인들과 명확한 차이다. 나오마사가 보여주듯, 위폐를 찍어내 이미 해방된 식민지에 초 인플레를 고의로 일으키는 짓도 애국이기 때문이다. 일본인 친구를 둔 많은 한국인들이 일본의 범죄를 인정한다는 친구들이 철도도 수탈을 위해 깔았고 수도조차 조선인들 사용을 금하고 히키아게샤들끼리만 썼던 일본이 조선을 발전시켰다고 굳게 믿는다고 말한다. 교과서 개정 이전에도 말이다.
일본이 과거를 다시 쓰는 행위는 전혀 놀랍지 않게 일본에게서 점진적으로 나타났으며, 최근 가장 크게 달성한 변화기도 하다. 나라의 다른 분야가 변하지 않은 가운데, 유일하다시피한 변화가 군국주의로의 회귀라는 사실은 일본 정부와 일본인 모두의 암묵적 동의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그들의 관계가 다른 나라보다 더 긴밀하다는 점을 보이고 있다. 권력도 세습하지만 지지도 세습한다. 일본 정부는 일본 국민을 대체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한국 계엄령 때도 한국 전쟁 종전과 외환 위기 때마다 시도해왔듯 독도를 점령하자는 제안이 마구 나올 정도니, 소련이나 중국처럼 전쟁에 안 내보낸다고는 할 수 없지만, 일본 국민은 일본 정부가 과거로의 회귀라는 변화 아닌 변화를 해서까지 결코 바꾸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고 싶은 존재기 때문이다. 일본 문화에서는 이를 사랑으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그리고 이 모든 각국 사례를 종합해 보면, 모든 정부의 방식은 하나의 수법으로 귀결된다. 바깥이다. 사람들을 밖으로 내보내건, 밖의 사람들이 들어오게 하건 말이다. 허탈할 정도니 안과 밖이란 사실 가치를 따질 관념이 아니라, 모든 나라가 서로에게 밖이고, 저마다 안이다. 하지만 바로 그래서 누구나 이용하기 좋은 수법이다. 제국주의 열강은 내부에서 더는 감당할 수 없게 된 각종 사회 문제를 밖의 침략으로 풀었다. 프랑스 대혁명의 실패가 이탈리아 원정으로 이어졌듯 말이다. 1, 2차 대전을 보면 중세 시대와 똑같은 역사의 되풀이다. 통치자는 나라를 위해 여기서 여기까지 확보해야 전쟁이 나도 유리하다고 주장한다. 상대도 똑같은 것을 주장한다. 그래서 미래의 전쟁을 위한 현재의 전쟁을 치르게 되었다. 그런 땅따먹기를 자국 땅을 벗어나면서까지 하다가 식민지에서도 하게 되고, 식민지에서 대리전 치르다 본토에서도 치르게 된 게 제국주의와 세계대전이고 말이다.
이 권력 유지의 천재들은 영국 사교 클럽 개념에 딱 들어맞는다. 그들과 가치관이며 사고방식 등등이 같아야 클럽에 입장이 가능한데, 그 특유의 정신세계는 타고난 혈통이 특정 환경에서 길러진 결과가 옷이며 태도 같은 겉모습에서까지 드러나는 것이다. 전 세계를 이끄는 이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조직, 가해국 클럽이 그들의 놀라운 관념을 거부하는 나라들을 배타적이고 폐쇄적이라 부르며 항구를 대포로 열고 다녔던 일은 논리적이다. 그것이 정의가 아니라고 반박하는 자가 있다면, 그들의 기준과 가치관과 관념을 공유하지 않으니 탈락이다. 우리는 본래 있던 전 세계 계급 사회, 전 세계 사람들의 염원을 저버리고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결정으로 두 번이나 세계 대전을 일으키고, 이어진 냉전 속에 더 많은 국지전을 일으킨 소위 엘리트 계층에 어울리는 이름을 붙였을 뿐이지, 상상의 음모 집단을 만들어낸 게 아니다. 우리도 후자였으면 좋겠다. 그러면 맞서 싸우기 훨씬 쉬울 테니 말이다.
이 가해국 클럽은 모두가 알다시피 지금도 건재한다. 그들이 아무리 가난해졌다고 불평해 봐야, 그들보다 더 가난해진 피해국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예전보다는 가난해진 것도 사실이니 그들에게도 그들의 진짜 <밖>이 생겼기 때문이다. 안을 위해 밖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안을 밖으로 던지거나 밖을 안으로 끌고 오도록 클럽 내부에서 서로서로 밖이 되어 주던 이들에게는 없던 것 말이다. 그전까지는 인류 90%에게 그들이 요지부동의 밖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중에는 그 수치란 희망 사항일 뿐이며 99%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다.
가해국 클럽이 제국주의듯, 가해국 클럽의 밖도 제국주의다. 제국은 문명 시초부터 있었고, 멸망할 뿐 사라지지 않는다. 로마 제국처럼 당대 식민지인들의 고난을 전부 무시하기만 하면 역사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문명 발달 과정의 한 단계에서 제국의 기능성을 말할 뿐, 아직까지 제국을 추구하는 제국주의는 과거에 부족연맹제보다 효과가 좋았던 전제군주제가 현대의 모든 국가에 유효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그럼에도 가장 적은 사람이 행복하고 가장 많은 사람이 피해 보는 체제는 모든 이익 집단의 궁극적 목적이다. 이익을 집단 내 독점하고자 배타적이고 폐쇄적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나라 내서 한 이익 집단이 너무 많은 힘을 가지면 반발이 필연이다. 그래서 밖을 향한다. 전쟁이건 무역이건 외국과의 경쟁을 빌미로 자신들의 독점화를 정당화한다. 이들은 자연스레 다른 나라의 쌍둥이 집단들과 경쟁하게 되는데, 세계 대전을 두 번이나 할 정도로 치열하게 싸운들 공통의 가치관을 추구하는 클럽이다. 초국가적 이권 추구 클럽.
그렇게 국가를 초월하니 자국이고 타국이고 궁극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고, 그래서 현대의 제국들이 고대와는 비교도 안 되게 빠른 속도로 멸망하는 이유다. 하나의 국가를 초월한다는, 겉으로는 멋져 보이는 관념이 제국을 낳는데, 민족과 국가를 초월한다는 기본 개념이 정작 이권 추구는 초월하지 못하는 내적 모순을 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권 추구를 위해서라면 타국도 침략하는 자들이 자국을 배신하지 않을 리도 없고, 애초에 자국민을 노예로 억압했기 때문에 타국민도 노예로 삼게 되는 것이다. 제국주의 열강은 당시 경제 가치로 치면 지금의 북유럽이나 산유국보다 훨씬 많이, 훨씬 오래 부유했으나, 단 한 곳도 북유럽이나 산유국의 복지를 행한 적이 없었다. 제국이야말로 가장 빈부격차가 큰 체제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도 나라는 부유한데 국민은 가난한 곳이 많다.
니콜라스 색슨은 그의 명저인 부의 흑역사에서 전후 각국의 경제가 얼마나 발전했는지 그리움에 차 회상한다. 우리가 보기엔 가해국 클럽이 표면상으론 사라지고 각 나라가 그 초국가적 특권 세력에서 잠시 벗어나 자국에 집중했을 때의 일이다.
그러나 그는 곧 금융이 어떻게 이익을 독점하고자 잘 발전하던 경제를 노예로 삼았는지 강조했다. 이어서 경제 역시 반독점법을 유명무실화하며 소비자를 노예로 삼기 시작했고, 우리가 보기엔 이 둘을 규제해야 할 정치도 그 수법을 따라 했다. 지금 가해국 클럽 일원 외 모두가 제국민은커녕 식민지인으로 추락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도 우리가 틀리길 바라니, 모든 반론 환영한다.
그 결과 국제 금융이 각 나라 정부의 규제에서 벗어나 탈세와 주가조작과 환율 공격 등 더는 총칼도 필요 없는 침략으로 나서 금융제국을 건설했다. 러시아는 위성국들 자원을 수탈하면서 위성국들 화폐를 휴지 조각 취급했고, 중국은 죽의 장막 아래 각국 화교들을 통해 하던 정재계 장악을 개방으로 본격화했다. 미국과 영국과 일본의 금융이 글로벌하게 세계를 지배할수록, 미영일을 포함한 각국 로컬 경제는 망해간다.
제국주의 열강에게 국경이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구분이 아니라 땅따먹기에 걸리적거리는 선에 불과했듯, 금융에게도 국경은 파괴되어야 할 각종 규제 장벽일 뿐이다. 금융 제국은 각국 위에 군림하는 초국가적 블랙홀이다. 모 영국 영화에서 마이클 케인은 다이아몬드를 배관으로 흘려보내는 수법으로 엄청난 양을 단번에 훔치는데, 그 다이아몬드는 하수구로 나오기나 했지, 국제 금융이 한번 빨아들인 돈은 절대 안 나온다. 각국에 연결시켜 놓은 배관을 이리저리 떠돌 뿐, 어느 한 곳의 경제 수치를 높인 것처럼 보여도, 그 나라 대다수 사람들은 구경도 못 하는 돈이다. 여기서 규제를 때리려고 하면 저리로 흘려보내면 되고, 저기서 탈세로 걸릴 뻔하면 여기로 흘려보내면 된다. 사실상 초국가적 조직인데 영화처럼 공격해 볼 거대 본거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 세계를 우로보로스처럼 칭칭 감고 있는 배관을 무슨 수로 때려잡을 것인가. 우로보로스는 죽일 수나 있는 생물이지, 배관은 한쪽을 뜯어내도 다시 그 부분을 보강하면 된다.
제일 끔찍한 게 제국은 제국인데 황제 같은 최고 악당도 없는 점조직이라는 사실이다. 심지어 일일이 제거할 것도 없이 악당들 중 일찍 은퇴하고 싶은 자가 홈리스 양성 사고를 터뜨린 후 화려한 퇴직금 파티와 함께 사라지면, 그 자리는 곧 메꿔진다. 올리버 스톤의 월스트리트 영화는 1980년대에, 마틴 스콜세지 영화는 2013년에 나왔는데, 마지막 영화에서 지금까지 바뀐 게 하나도 없다. 월스트리트와 시티오브런던이 퇴직금 파티 때마다 들러리로 세우는 홈리스와 알콜중독자 등 하층민 비하 컨텐츠만 점점 더 많아질 뿐이다.
기업도 산업이 아니라 금융에 투자하고, 기업인과 정치인은 물론 가해국 클럽 일원들의 재산은 국세청의 손을 벗어나 색슨이 가장 혐오하는 합법 탈세인 신탁으로 사라진다. 금융이 아무리 시민들의 연금을 파탄 내도 정계가 세금으로 그들의 은퇴 파티를 지원하는 이유다.
우리를 괴롭히면 국가경쟁력이 위태롭다고 돼지처럼 꽥꽥대며 피해자인 척하면 효과는 극대화하니, 가난한 외국인 등에 숨어 사회적 약자가 되어 각국 부자 복지를 받는 건 갈수록 쉬워진다. 그 가난한 외국인들도 결국 금융 제국이 제국주의 열강 시절부터 파탄 낸 지역 경제 때문에 이 초 국가적 글로벌 블루마블 게임으로 강제 편입된 이들이다.
실제로 노동자들은 냉전 때 미국과 소련의 대리전이었던 한국,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남미와 중동 같은 여러 나라들처럼 어디서나 부패한 금융 제국의 대리전을 치르며 서로 미워한다. 언론과 학계가 인종 문제 뒤에 숨겨버리면 노동자들이 인종으로 나뉘어 대리전을 치르느라, 자신들 모두 가해국 클럽 1프로에게 학대받는 인류 99프로의 피해자라는 사실을 잊는다. 인종 폭동이 일어나면 약탈과 방화를 일어나면, 카메라는 약탈과 방화를 해대는 가난한 사람들의 모습을 생중계한다. 문학이나 영화나 드라마도 하층민들의 그런 모습을 생생히 담아내야 현실을 반영한다고 칭찬 받는 게 가해국 클럽 문화다. 사회 문제는 하층민의 편견과 차별 때문이라며 지배층의 죄는 그 속에 숨겨버리기 쉬워진다. 애초에 그런 편견과 차별을 시작한 게, 옆나라는 외국이고 그 나라 사람들은 외국인들이니 침략해서 약탈해도 된다, 다른 대륙은 더 큰 외국이고 그 나라 사람들은 외국인 더하기 이교도, 외국인 더하기 이교도 더하기 유색인종, 외국인 더하기 이교도 더하기 유색인종 더하기 식민지인이니 침략해서 약탈해도 된다는 편견과 차별을 시작한 건 가해국 클럽인데도 말이다. 이들이 카메라 앞에서 약탈과 방화를 벌이는 하층민들보다 정치적으로 공정해 보인다면, 결국 하층민이고 외국인이고 이교도고 유색인종이고 똑같이 공정하게 착취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가해국 클럽이 두 차례 세계 대전 이후에도 자중하거나 변화하긴커녕 금융 제국을 낳았다는 사실은, 그들이 초국가적 이권 추구를 전혀 그만두지 않았다는 사실을 뜻한다. 제국주의 열강이 제국주의를 그만두지 않으니 금융 제국을 낳은 것이다. 이제는 총칼로 침략하며 전쟁을 할 필요도 없는 제국 말이다.
모든 피해국에는 가해국 클럽이 남긴 잔존 제국주의 세력이 있는데. 제국주의 잔재를 청산하긴커녕 그걸 통해 옛 식민지들을 더 교묘하게 착취하며 가해국 클럽만 배 불려 왔기 때문에, 가해국 클럽 역시 그들 위의 금융 제국을 키워내게 되었다는 뜻이다.
현재 모두가 금융 제국의 식민지인이 되어가는 현실에서는 모두가 안전하지 않다. 난민들이 남느냐 떠나느냐의 문제 앞에서 고민했는데, 막상 떠나간 곳마저 고향과 똑같이 되어 버리는 현실에 처하듯 말이다. 특이한 예외로, 중국인들은 정치적 망명자들을 제외하면 어디서나 그곳을 중국처럼 만들고자 혼신의 힘을 쏟아부으며 그곳의 역사와 문화를 중국 것이라 왜곡하는 일도 서슴지 않는데, 그럴 거면 왜 중국을 떠났는지 전 세계가 이해 못하고 있다.
'공동 저서 집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해국 클럽 가스라이팅 -3 (7) | 2025.03.02 |
---|---|
가해국 클럽 가스라이팅 -1 (4) | 2025.03.01 |